부탁에도 무게가 있어요

한국어로는 부탁할 때 어미만 바꾸면 됩니다. 해 주세요, 해 주시겠어요, 해 주실 수 있을까요. 영어는 어미가 아니라 문장 구조가 통째로 바뀌어요.
기준은 하나입니다. 상대가 쓰게 될 시간과 수고가 얼마나 되는가. 그 무게에 맞춰 세 단계로 나눠 두면 매번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.
1단계 — 1분이면 끝나는 부탁

파일 하나 보내 주기, 링크 하나 붙여 주기처럼 상대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 일입니다. 여기서는 길게 돌리면 오히려 어색해져요.
- Can you send me the file? 파일 좀 보내 주실래요?
- Could you send me the file? 파일 좀 보내 주시겠어요?
- Do you have a minute? 잠깐 시간 되세요?
Can 과 Could 의 차이는 공손함의 등급이라기보다 거리감이에요. Could 가 한 걸음 물러선 느낌이라 처음 부탁하는 사이에 잘 맞습니다.
2단계 — 상대의 시간을 쓰는 부탁

검토, 확인, 대신 참석처럼 상대가 자기 일을 미뤄야 하는 부탁입니다. 이때는 언제까지인지를 상대가 정하게 두는 말이 함께 갑니다.
- Can you review this when you get a chance? 여유 있을 때 이거 봐 주실래요?
- No rush. 급하지 않아요.
- Take your time. 천천히 하셔도 돼요.
급하지 않다는 한마디가 부탁의 무게를 실제로 낮춰 줍니다. 반대로 정말 급하면 숨기지 말고 Would you be able to get to it today? 오늘 안에 봐 주실 수 있을까요? 처럼 날짜를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.
3단계 — 거절할 여지를 남기는 부탁

일정 변경, 추가 업무처럼 상대가 아니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하는 부탁이에요. 문장이 길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 길이가 곧 여지예요.
-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take a look at this. 이걸 한번 봐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.
- Would it be possible to move the meeting to Thursday? 회의를 목요일로 옮길 수 있을까요?
- If it's not too much trouble, could you join us? 크게 번거롭지 않으시면 같이 참석해 주실 수 있을까요?
다만 미국 회사에서는 이 3단계를 매번 쓰면 오히려 거리감이 생깁니다. 동료 사이의 기본값은 Could you 쪽이고, 3단계는 상대가 거절할 수도 있는 자리에만 아껴 쓰세요.
Would you mind 의 답은 반대예요

부탁 표현 중에 답이 뒤집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.
- Would you mind sending me the file? 파일 보내 주시면 번거로우실까요?
- Not at all. 전혀요. → 보내 드릴게요.
mind 가 꺼린다는 뜻이라 Yes 는 거절이 됩니다. 그런데 실제 대화에서는 원어민도 Sure. 나 Of course. 로 답하는 일이 아주 흔해요. 문법대로면 이상하지만 아무도 오해하지 않습니다. 그러니 외울 것은 하나예요. 내가 승낙할 때 Yes 라고만 짧게 답하지 않는다.
please 와 오늘 고칠 한 문장

please 를 붙이면 공손해진다고 배운 분이 많은데, 명령문에 붙는 please 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소리로 들릴 때가 있어요.
- Please send me the file. 파일 보내 주세요. (지시에 가까워요)
- Let me know if that works. 괜찮으신지 알려 주세요.
- I'd really appreciate it.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.
Thanks in advance. 는 미리 감사드린다는 뜻인데, 답을 정해 놓는 느낌이라 피하는 사람도 있어요. 오늘 보낼 메일에서 명령문 하나를 질문형으로 바꿔 보세요. 그 한 줄이 가장 크게 바뀝니다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