화장실 하나에 영어는 셋

신촌처럼 대학가이면서 사람이 많이 오가는 동네에서는 길을 묻는 외국인을 만나는 일이 잦아요. 그중에 제일 자주 나오는 질문이 화장실입니다. 그런데 한국어로는 한 단어인 이 말이 영어에서는 셋으로 갈려요.
- Where's the restroom? 화장실이 어디예요?
- Where's the toilet? 화장실이 어디예요?
- Can I use your bathroom?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?
셋 다 통하기는 하지만 쓰는 자리가 다릅니다. 자리를 모르고 쓰면 상대가 잠깐 멈칫해요.
미국에서 toilet 은 변기예요

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입니다. 미국에서 toilet 은 방이 아니라 변기 자체를 가리켜요. 그래서 식당에서 Where's the toilet? 이라고 물으면 뜻은 통해도 어딘가 직설적으로 들립니다.
- 미국 Where's the restroom? 화장실이 어디예요?
- 영국 Where's the toilet? 화장실이 어디예요?
- 캐나다 Where's the washroom? 화장실이 어디예요?
영국에서는 toilet 이 표준어에 가까워서 안내판에도 그렇게 적혀 있어요. 반대로 영국에서 restroom 이라고 하면 미국 사람처럼 들립니다. 어느 쪽도 틀린 말이 아니라 동네가 다른 거예요. 헷갈리면 restroom 이 가장 무난합니다.
bathroom 은 원래 집 안의 말

bathroom 은 욕조가 있는 방을 가리키던 말이에요. 그래서 남의 집에 갔을 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.
- Can I use your bathroom?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?
- The bathroom is upstairs. 화장실은 위층이에요.
미국에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bathroom 을 쓰는 사람이 많아요. 다만 욕조가 없는 공중화장실에 쓰는 말이라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restroom 쪽이 낫습니다.
길에서 묻고 듣는 말

질문은 한 줄이면 되고, 돌아오는 답도 몇 가지로 정해져 있어요.
- Is there a restroom around here? 이 근처에 화장실 있나요?
- It's down the hall. 복도 따라가시면 돼요.
- It's on the second floor. 2층에 있어요.
- Do I need a key? 열쇠가 필요한가요?
- Is it for customers only? 손님만 쓸 수 있나요?
카페나 주유소에는 잠가 두는 곳이 많아서 열쇠나 비밀번호를 따로 받아야 하는 일이 있어요.
자리에서 잠깐 빠질 때

식사 중이나 회의 중에 어디에 가는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됩니다. 한 줄이면 충분해요.
- I'll be right back. 금방 올게요.
- Excuse me for a moment. 잠깐 실례할게요.
목적지를 말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들립니다. 참고로 고장을 알릴 때는 이렇게 말해요. The toilet is clogged. 변기가 막혔어요. 여기서는 미국에서도 toilet 이 맞는 말입니다. 방이 아니라 변기를 가리키니까요.
오늘 외워 둘 한 문장

급할 때 문장을 고르고 있을 여유는 없어요. 하나만 정해서 입에 붙여 두면 됩니다.
어디서든 통하는 한 줄을 정해 두고 소리 내어 다섯 번 말한다.
Excuse me, is there a restroom? 실례합니다, 화장실 있나요? 나라를 가리지 않고 통하는 문장이에요. 답으로 돌아올 말도 위층인지 복도 끝인지 둘 중 하나입니다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