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이 단어장을 넘기다 부모가 먼저 막힙니다

초등영어단어 목록을 펼치면 아는 단어투성이예요. get, take, put, turn. 그런데 이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어른도 손이 멈춥니다.
- Take your time. 천천히 해.
- Put it down. 그거 내려놔.
- Watch out! 조심해!
세 문장 모두 초등 단어로만 되어 있는데, 막상 필요한 순간에는 안 나오죠. 아이 단어장이 어른에게도 교재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
쉬운 단어가 아니라 자주 쓰는 단어

초등영어단어가 앞에 나오는 건 쉬워서가 아니라 자주 쓰여서예요. 그리고 자주 쓰이는 말일수록 뜻이 여러 갈래로 벌어집니다.
- Can you turn it off? 그거 꺼 줄래?
- Hold on a second. 잠깐만.
- Come on in. 들어오세요.
turn, hold, come 은 아이 시험지에 나오는 단어인데, 어른의 일상 회화에서도 그대로 씁니다. 어려운 단어를 더 외우는 것보다 이 기본 동사를 여러 문장에 넣어 보는 편이 말하기에 훨씬 빨리 닿아요.
get 하나에 뜻이 몇 개인지

여기가 단어장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자리예요. 단어장에는 get 옆에 얻다 한 줄이 적혀 있죠. 그런데 실제로 얻다로 쓰이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.
- Did you get my message? 제 메시지 받으셨어요?
- I didn't get the joke. 그 농담을 이해 못 했어요.
- It's getting cold. 추워지고 있어요.
- We got there at six. 우리는 6시에 도착했어요.
받다, 이해하다, 되다, 도착하다. 한 줄 뜻만 외운 아이는 이 문장들을 만나면 아는 단어인데 해석이 안 되는 경험을 합니다. 어른도 똑같아요. 그러니 뜻을 한 줄로 정리해 주려 하지 말고, 뜻마다 문장을 하나씩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.
뜻 대신 문장 하나를 붙여요

단어를 외우는 단위를 낱말에서 문장으로 바꾸는 겁니다. 아이에게도, 부모에게도 같은 방법이에요.
- Put your shoes on. 신발 신어.
- Let's go over it again. 다시 한번 보자.
- I got it. 알겠어요.
put 옆에 놓다라고 적는 대신 Put your shoes on. 을 통째로 외우면, 다음에 put your coat on 도 저절로 만들어집니다. 낱말은 흩어지지만 문장은 틀이 되어 남아요.
소리는 부모가 먼저 냅니다

아이는 부모가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보지 않고, 영어를 입 밖에 내는지 아닌지를 봅니다. 부모가 읽어 주면 단어장이 소리가 있는 물건이 돼요.
- How was school today? 오늘 학교 어땠어?
- Did you have fun? 재미있었어?
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. 오히려 부모가 더듬거리며 읽는 모습을 본 아이가 자기도 틀려도 된다고 배워요. 다만 부모가 뜻만 확인하고 소리 없이 넘기면, 아이도 눈으로만 보는 습관을 그대로 물려받습니다.
오늘 저녁에 할 수 있는 것

초등영어단어 목록에서 기본 동사 하나만 골라 보세요. get 이든 take 든 상관없어요.
동사 하나를 골라, 그 단어가 들어간 문장 세 개를 저녁 식탁에서 소리 내어 말한다.
Did you get my message? It's getting cold. We got there at six. 이렇게 세 문장이면 됩니다. 아이 숙제를 봐 주는 시간이 부모의 영어 시간이 되는 셈이에요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