잠깐만요 는 상황마다 다른 말이 돼요

한국어는 편리합니다. 전화를 받다가도, 계산대에서도, 친구가 말을 걸어도 잠깐만요 한마디면 다 통해요. 영어는 이 자리에서 말이 갈립니다.
기준은 둘이에요.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,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중인가. 이 둘만 잡으면 고를 수 있습니다.
가장 흔한 세 마디

어디에 넣어도 무리 없는 말부터 챙기세요.
- Hold on a second. 잠깐만요.
- Just a sec. 잠시만요. (친한 사이)
- Give me a second. 잠깐만 시간 좀 주세요.
- One moment, please.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. (격식)
sec 은 second 를 줄인 말이라 편한 자리에서 씁니다. 매장이나 안내 데스크처럼 손님을 상대하는 자리라면 One moment, please 쪽이 안전해요.
비슷해 보여도 방향이 갈리는 자리가 있어요. Give me a second. 는 내가 지금 뭔가 하는 중이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쪽이고, Hold on a second. 는 상대에게 그 자리에 있어 달라는 쪽입니다. 그래서 손님에게는 뒤쪽이, 옆자리 동료에게는 앞쪽이 더 자연스럽게 들려요.
전화에서는 hold 를 씁니다

전화는 상대가 내 얼굴을 못 보기 때문에, 끊긴 줄 알까 봐 한마디를 꼭 붙입니다.
- Can you hold? 잠깐 기다려 주시겠어요?
- Let me put you on hold. 대기 상태로 돌려 놓을게요.
- I'll be right back. 금방 돌아올게요.
hold 는 전화선을 붙잡고 있으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에요. 그래서 대면 상황에서는 잘 안 쓰고, 전화와 고객 응대에서 거의 굳어진 표현으로 쓰입니다.
처리 중일 때는 Bear with me

화면이 안 넘어가거나 서류를 찾는 중이라 시간이 조금 걸릴 때가 있어요. 이때 쓰는 말이 따로 있습니다.
- Bear with me for a moment. 잠시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.
- Hang on a minute. 조금만 기다리세요.
- I'm almost done. 거의 다 됐어요.
Bear with me 는 지금 처리하는 중이니 조금만 참아 달라는 뜻이라, 이유가 있는 기다림에 잘 맞아요. 이유 없이 붙이면 오히려 어색합니다.
오래 걸릴 것 같으면 사정을 한 줄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. Sorry, this is taking a while. 죄송해요, 좀 오래 걸리네요. 한마디면 상대가 훨씬 편하게 기다려요.
Wait 은 아껴 두세요

학교에서 wait 을 기다리다 로 배워서 잠깐만요 자리에 그대로 넣는 분이 많은데, 여기가 정직하게 짚어야 할 대목이에요.
Wait! 은 명령조로 들립니다. 길을 건너려는 사람을 붙잡을 때처럼 위급한 자리에는 맞지만, 계산대에서 점원에게 쓰면 무례하게 들릴 수 있어요. 그리고 Wait a minute, that's not what I said. 잠깐만요, 그건 제가 한 말이 아닌데요. 처럼 이의를 제기하는 뜻으로도 자주 쓰입니다. 시간을 벌려고 한 말이 반박으로 들릴 수 있다는 뜻이에요. 편한 사이에서는 Hold up. 도 자주 씁니다.
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아예 숫자를 말해 주세요. Give me two minutes. 2분만 주세요. 처럼 말하면 상대가 기다릴지 다음에 올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.
기다리게 한 뒤에 붙일 한마디

잠깐만요 만큼 중요한 게 다시 돌아왔을 때의 한마디예요. 이 한 줄이 기다린 시간을 짧게 만듭니다.
- Thanks for waiting.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.
- Sorry to keep you waiting.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.
오늘은 하나만 바꿔 보세요. 잠깐만요 자리에 쓰던 Wait 을 Hold on a second 로 바꾸는 것. 그 한 단어에서 인상이 달라집니다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