Speak slowly 는 부탁이 아니라 지시로 들려요

영어가 너무 빨라 못 알아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이 있습니다. 그런데 이 문장은 부탁이라기보다 지시처럼 들려요.
- Speak slowly, please. 천천히 말해 주세요.
- Could you slow down a little? 조금만 천천히 말해 주실래요?
위 문장이 틀린 건 아닙니다. 명령문 뒤에 please 를 붙인 형태라 아이에게 말하거나 아주 급할 때는 그대로 씁니다. 다만 처음 만난 사람이나 일 자리에서는 아래처럼 could 로 여는 편이 훨씬 부드러워요.
부탁은 could 로 열고 짧게 닫아요

could 로 열고 a little 이나 a bit 로 닫으면 부탁이 완성됩니다. 요구의 크기를 줄여 주는 말이에요.
- Could you speak a bit more slowly? 조금 더 천천히 말해 주실래요?
- Would you mind slowing down? 천천히 말해 주실 수 있을까요?
- Slower, please. 좀 천천히요.
맨 아래는 두 단어뿐이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이만한 게 없습니다. 안내 창구나 시끄러운 가게에서 실제로 쓰는 말이에요.
속도가 아니라 그냥 못 들었을 때

말이 빨라서가 아니라 소리를 놓친 것이라면 다른 문장을 씁니다.
- Could you say that again? 다시 말해 주실래요?
- I didn't catch that. 못 알아들었어요.
- One more time, please. 한 번만 더요.
Pardon 도 여전히 통하지만 영국식에 가깝고, 미국에서는 Sorry 하나만 끝을 올려 말하거나 What was that 을 더 자주 씁니다. 셋 중 무엇을 써도 무례하지 않아요. 다만 What 하나만 툭 던지는 것은 다릅니다. 뜻은 통해도 퉁명스럽게 들려서, 표정과 어조가 받쳐 주지 않으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. 한 단어를 아끼려다 분위기를 잃는 자리입니다.
어디까지 들었는지 알려 주세요

여기가 진짜 요령입니다. 못 알아들었다고만 하면 상대는 같은 속도로 처음부터 다시 말해요. 어디까지 들었는지를 알려 주면 그다음부터 말해 줍니다.
- I got the first part. 앞부분은 알아들었어요.
- Do you mean this one? 이거 말씀이세요?
- What does that mean? 그게 무슨 뜻이에요?
이 세 문장은 대화를 끊지 않고 이어 줍니다. 못 알아들었다는 말만 반복하면 상대가 설명 자체를 포기하게 되거든요.
전화와 화상에서는 원인이 달라요

전화나 화상에서는 문제가 속도가 아니라 소리일 때가 많습니다. 그때는 부탁하는 말도 달라져요.
- You're breaking up. 소리가 끊겨요.
- I can't hear you well. 잘 안 들려요.
- Can you turn up the volume? 소리 좀 키워 주실래요?
속도 문제가 아닌데 천천히 말해 달라고 하면, 상대는 계속 또박또박 크게 말하게 됩니다. 원인을 짚어 말하는 편이 서로 편해요.
두 문장을 이어서 말해 보세요

이 표현들은 필요한 순간에 딱 하나만 떠오르면 됩니다. 그래서 미리 하나를 정해 두는 게 좋아요.
막히면 무조건 이 문장 — Could you slow down a little?
여기에 하나만 더 붙이면 완성입니다. I got the first part. 앞부분은 알아들었어요. 두 문장을 이어서 말해 보세요. 오늘 영어 영상을 볼 때 소리 내어 세 번씩만 읽어 두면 됩니다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