받아쓰기문제로는 안 잡히는 것

받아쓰기문제를 다 맞혀도 억양은 그대로 남습니다. 받아쓰기는 어떤 낱말이 나왔는지를 잡는 훈련이고, 억양은 그 낱말들의 뜻을 바꾸는 층이기 때문이에요. 글자로 옮기고 나면 사라지는 정보입니다.
- You're leaving. 가는구나. (끝을 내려서)
- You're leaving? 간다고? (끝을 올려서)
- Are you leaving now? 지금 가는 거예요?
받아 적으면 물음표 하나 차이지만 소리로는 아주 다른 말입니다. 받아쓰기로 낱말을 잡았다면 그다음은 이 층을 따로 훈련해야 해요.
올리면 질문, 내리면 단정

가장 기본이 되는 규칙입니다. 문장 끝의 높이가 그 말의 성격을 정해요.
- Are you coming? 올 거예요? (올림)
- You can go now. 이제 가도 돼요. (내림)
- That's it. 그거예요. (내림)
- That's it? 그게 다예요? (올림)
끝을 어정쩡하게 두면 듣는 사람이 답을 해야 할지 말지 몰라 잠깐 멈칫합니다. Are you sure about that? 그거 확실해요? 처럼 확인을 구하는 말은 분명히 올려 주세요. 다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은 앞뒤를 다르게 다룹니다. Do you want coffee or tea? 는 coffee 에서 올리고 tea 에서 내려요. 둘 다 올리면 아무거나 마실 생각이 있느냐는 뜻으로 읽힙니다.
되묻는 말은 끝을 올려요

평서문 모양 그대로 끝만 올리면 되묻는 말이 됩니다. 문법을 바꾸지 않고 소리만 바꾸는 자리예요.
- You're leaving? 간다고?
- He said that yesterday? 걔가 어제 그랬다고?
- You want me to go? 나보고 가라고요?
믿기지 않을 때, 못 들었을 때, 확인하고 싶을 때 모두 이렇게 씁니다. 한국어의 "~라고?"가 놓이는 자리와 거의 같아요.
Wh- 의문문은 오히려 내려가요

여기서 규칙이 한 번 뒤집힙니다. 물음표로 끝나는데도 소리는 내려가요.
- Where are you going? 어디 가요? (내림)
- What time is it? 몇 시예요? (내림)
- What do you mean? 무슨 뜻이에요? (내림)
- You're going where? 어디 간다고요? (올림)
Wh- 로 시작하는 질문은 낱말이 이미 질문임을 알려 주기 때문에 소리까지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. 습관대로 끝을 올리면 되묻는 느낌이 섞여요. 반대로 넷째 줄처럼 where 를 뒤로 보내고 올려 말하면 못 들었으니 다시 말해 달라는 뜻이 됩니다. 그리고 예·아니오 질문을 내려서 말하면 사무적이거나 따지는 말투로 들릴 수 있어요.
Really 하나로 세 가지

낱말 하나만으로도 소리에 따라 뜻이 갈립니다.
- Really? 정말요? (올림 — 물음)
- Really. 그렇구나. (내림 — 수긍)
- Really! 대박. (세게 끊으며 — 놀람)
Okay 도 똑같이 갈려요. Okay. 는 알겠다는 뜻이고 Okay? 는 알겠냐고 묻는 말입니다. 감정을 누르고 I said I'm fine. 괜찮다니까요. 처럼 낮게 끊으면 오히려 안 괜찮다는 뜻으로 전해지기도 해요. 짧은 낱말일수록 소리가 뜻을 다 짊어집니다.
오늘 해 볼 소리 훈련

문장을 늘리지 말고 하나만 골라 소리를 바꿔 보세요.
같은 문장을 내려서 한 번, 올려서 한 번, 녹음해서 들어 본다
내 귀에 차이가 들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받아쓰기문제도 다르게 들립니다. 소리를 구별해 내는 귀가 먼저 열려야 낱말이 제자리에 들어와요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