단어는 아는데 문장이 안 들릴 때

받아쓰기를 해 보면 압니다. 모르는 단어가 없는데도 소리가 그냥 흘러가 버려요. 문장을 단어 하나씩 또박또박 발음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.
- Check it out. 한번 봐 봐. (체크 잇 아웃이 아니에요)
- Pick it up. 그거 좀 집어 줘.
세 단어가 한 덩어리로 붙어 나옵니다. 아는 단어인데도 못 알아듣는 이유는 어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소리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에요.
자음 끝과 모음 시작이 붙어요

연음의 절반은 이 하나로 설명됩니다. 앞 단어가 자음으로 끝나고 뒤 단어가 모음으로 시작하면, 그 자음이 뒤로 넘어가요.
- Turn it on, please. 그것 좀 켜 주세요.
- Pick it up for me. 저 대신 좀 집어 주세요.
- an apple a day 하루에 사과 한 개
- Hold on a second. 잠깐만요.
Turn it on 은 '터니론', Hold on 은 '홀돈'에 가깝게 들립니다. 한글로 적는 건 어디까지나 임시 도움이에요. 중요한 것은 n 과 d 가 뒤 단어로 넘어간다는 사실입니다.
겹치는 소리는 하나로 줄어요

같은 소리가 연달아 나오면 두 번 발음하지 않습니다. 하나로 눌러 붙여요.
- See you next time. 다음에 봐요. (t 는 한 번만)
- I want to go home. 집에 가고 싶어요.
- Let's watch the big game. 그 큰 경기 보자.
next time 에서 t 를 두 번 발음하면 오히려 어색합니다. big game 도 g 가 하나로 겹쳐 한 덩어리가 되고요. 이 줄어듦을 모르면 두 단어가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들립니다.
wanna 는 규칙이 아니라 결과예요

want to 는 wanna 로 바꿔 쓴다고 외우는 분이 많은데, 순서가 거꾸로입니다. 빠르게 말하다 보니 그렇게 들리는 것이지, 바꿔 쓰는 규칙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.
- I want to go home. 빠르게 말하면 워너에 가깝게 들려요.
- I'm going to call you later. 이따 전화할게요.
그래서 원어민도 또박또박 말할 때는 want to 를 그대로 발음합니다. 시험 지문처럼 천천히 읽는 자리에서는 더 그렇고요. wanna 와 gonna 는 소리를 적어 둔 표기라, 이메일이나 보고서에 글로 쓰지는 않습니다.
t 가 사라지거나 ㄹ 로 바뀌는 자리

미국 영어에서 t 는 자리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져요. 이 넷만 알아도 귀가 한결 편해집니다.
- a lot of water 물 많이 (워러에 가깝게)
- a better idea 더 나은 생각
- twenty minutes 20분 (트웨니)
- press the button 버튼을 누르다
- I made it on time. 시간 맞춰 도착했어요.
다만 이건 미국 영어 이야기입니다. 영국 영어는 water 의 t 를 또렷하게 발음해서 '워터'에 가깝게 들려요. 듣기 지문이 영국 발음이면 같은 단어가 아주 다르게 들리니, 두 소리를 다 들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.
영어듣기평가를 위한 세 단계 훈련

연음은 설명을 읽어서 붙지 않아요. 짧은 문장으로 직접 겹쳐 읽어야 귀가 열립니다.
Listen once. Write it down. Read it aloud. — 한 번 듣고, 받아 적고, 소리 내어 겹쳐 읽습니다.
안 들린 자리를 표시해 두었다가 대본에서 확인해 보면, 대개 모르는 단어가 아니라 붙어 버린 자리입니다. 하루 세 문장이면 충분해요. 영어듣기평가 점수는 새 단어를 외운 날이 아니라 같은 문장을 여러 번 겹쳐 읽은 날에 올라갑니다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