노트를 바꿔도 안 늘던 이유

영어노트를 새로 사면 마음이 달라집니다. 그런데 몇 주 지나면 늘 같은 모양이 돼요. 왼쪽에 단어, 오른쪽에 뜻. 두 칸짜리 노트입니다.
- run — 뛰다
- I run every morning. 저는 매일 아침 뛰어요.
- She runs a shop. 그녀는 가게를 해요.
- Do you run this place? 여기 운영하세요?
run 옆에 「뛰다」만 적어 두면 아래 두 문장 같은 쓰임은 영영 안 붙어요. 단어는 뜻이 아니라 자리로 익혀집니다. 노트를 바꿀 게 아니라 칸을 바꿔야 하는 이유예요.
세 칸으로 바꿉니다

칸을 하나만 더 만들면 됩니다. 표현, 들은 예문, 그리고 내 문장이에요.
- 표현 — running late 늦는 중
- 예문 — I'm running late. 좀 늦을 것 같아요.
- 내 문장 — I'm running late for work. 회사에 늦을 것 같아요.
세 번째 칸이 핵심이에요. 남의 문장은 아무리 좋아도 내 입에서는 잘 안 나옵니다. 같은 틀에 내 상황을 끼워 넣은 문장이 하나 있어야 해요. Can you give me a hand? 좀 도와줄래요? 를 적었다면, 셋째 칸에는 오늘 내가 부탁할 일을 그 틀에 넣어 적는 겁니다.
영어노트 고를 때 볼 세 가지

세 칸을 쓰기로 했으면 노트도 거기에 맞춰야 합니다.
- 줄 간격이 넓은 것 — 한 항목에 세 줄이 들어가야 해요
- 펼쳤을 때 눕는 것 — 손으로 누르지 않아도 되는 제본
- 가방에 들어가는 크기 — Let me write it down. 적어 둘게요.
비싼 노트가 좋은 노트는 아니에요. 다만 예쁜 노트를 아까워하기 시작하면 손이 안 갑니다. 부담 없이 채울 수 있는 것으로 고르세요.
적지 않을 것부터 정합니다

노트가 두꺼워지는 것과 말이 느는 것은 다른 일이에요. 안 적을 것을 먼저 정하면 노트가 가벼워집니다.
- Nice to meet you. 만나서 반가워요. — 이미 나오는 문장은 뺍니다
- See you tomorrow. 내일 봐요. — 이것도 마찬가지예요
- How much is it? 얼마예요? — 굳이 적을 필요가 없어요
뜻만 적고 예문이 없는 줄도 지웁니다.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정보는 노트가 아니라 검색창에 두세요. 노트에는 「쓰고 싶은데 아직 못 쓰는 말」만 남기는 겁니다.
손으로 써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

여기서 한 가지 짚을게요. 손글씨가 무조건 낫다는 말이 자주 돌지만, 그렇게 못 박을 근거는 없습니다.
- I keep it on my phone. 저는 휴대폰에 저장해요.
- Say it out loud. 소리 내어 말해 보세요.
종이가 맞는 사람이 있고, 이동이 잦아 앱이 맞는 사람도 있어요. 갈리는 건 종이냐 화면이냐가 아니라 소리입니다. 눈으로만 훑은 노트는 종이든 앱이든 똑같이 안 남아요. 셋째 칸의 내 문장만큼은 반드시 입으로 내야 합니다.
영어노트를 살리는 하루 5분

쓰는 시간보다 다시 여는 시간이 중요해요. 순서는 이렇습니다.
- 들었을 때 — What's it called in English? 그거 영어로 뭐라고 해요?
- 저녁에 — I heard it in a drama. 드라마에서 들었어요. 처럼 출처도 함께 적어요
- 자기 전 — 그날 적은 세 문장만 소리 내어 읽습니다
오늘 할 일은 하나예요. 지금 쓰는 영어노트를 펴서 아무 줄이나 하나 골라, 그 옆에 내 문장 한 줄을 더해 보세요. 칸 하나가 늘어나는 순간 노트는 단어장에서 말하기 연습장으로 바뀝니다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