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어번역기가 슬랭 앞에서 미끄러지는 이유

영어번역기에 문장을 넣었는데 뜻이 이상하게 나온 적 있으시죠. 원어민 친구의 채팅, 유튜브 댓글, 틱톡 자막에서 특히 그래요.
슬랭은 이미 있던 쉬운 단어에 새 뜻을 얹어서 씁니다. bet 은 내기하다, mid 는 중간이라는 원래 뜻이 있는데 슬랭에서는 전혀 다른 자리로 옮겨 가요.
오늘 볼 8개는 영어권 젊은 세대가 쓰는 말이고, 특히 미국 SNS 를 타고 퍼졌어요. cap · bet · lowkey · slay 처럼 흑인 영어(AAVE)에서 온 말이 많고, mid 처럼 게임과 인터넷에서 온 말도 섞여 있어요. sus 는 출발점이 영국이라 결이 좀 다릅니다.
no cap — 뻥 아니고, 진심이야

cap 에는 "거짓말"이라는 뜻이 있어요. 모자에서 온 말은 아니고, "허풍 떨다"라는 옛 동사 cap 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. 그래서 no cap 은 "거짓말 아니야, 진심이야"가 됩니다.
No cap, this test was easy. — 진짜로, 이 시험 쉬웠어.
상대 말이 뻥 같으면 "Cap." 한 마디만 던지기도 해요. "뻥이네." 하고 잘라 말하는 자리입니다. no cap 은 문장 앞에도 뒤에도 붙어요. (No cap, it was easy. / It was easy, no cap.)
bet — 콜, 좋아

bet 의 원래 뜻은 "내기하다"예요. 대화에서 이 한 단어만 툭 나오면 보통은 승낙이 됩니다.
- Wanna grab a coffee? 커피 한잔 어때?
- Bet. 콜.
다만 억양에 따라 "어디 한번 보자"는 도전으로도 들려요. 내기라는 원래 뜻이 남아 있어서예요.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는 이 자리에 Say no more, Safe 를 더 쓰는 편입니다.
lowkey — 대놓고는 아니고, 은근히

원래 low-key 는 "요란하지 않은"이라는 형용사예요. a low-key wedding 이면 조용히 치르는 결혼식이죠. 여기서 "은근히"라는 슬랭이 나왔어요.
I lowkey want to quit. — 나 은근 그만두고 싶어.
미국 온라인에서는 반대로 highkey 를 쓰기도 해요. 숨기지 않고 강하게라는 뜻입니다. I highkey love this song. 나 이 노래 완전 좋아해. 다만 lowkey 만큼 널리 쓰이지는 않으니 알아듣는 정도면 충분해요.
vibe · it's giving — 분위기를 말하는 법

vibe 는 사람이나 장소에서 나오는 느낌, 분위기예요. 이제는 슬랭이라기보다 일상어에 가깝습니다.
- This cafe has a good vibe. 이 카페 분위기 좋다.
- We vibe. 우리 잘 맞아.
- It's giving summer. 딱 여름 느낌이야.
- It's giving desperate. 완전 절박해 보여.
it's giving 뒤에는 명사도 형용사도 구도 붙고, 옷을 칭찬하며 "It's giving." 한 마디로 끝내기도 해요. 직역하면 "그것이 준다"가 되어 뜻이 안 잡히는 표현입니다.
sus · mid · slay — 짧게 던지는 세 마디

- sus — suspicious 나 suspect 를 줄인 말. "수상한데?" 영국과 호주에서는 보통 suss 로 적어요.
- mid — "그냥 그래, 별로야". The movie was mid. 그 영화 별로였어.
- slay — "완전 잘했다, 멋지다". You slayed that presentation. 발표 완전 잘했어.
sus 는 1930년대 영국 경찰 용어(suspected person)에서 시작한 오래된 말이에요. 미국에서는 게임 Among Us 로 다시 유행했지만, 영국과 호주에서는 훨씬 전부터 쓰던 표현입니다. suss out 은 뜻이 아예 달라서 "알아내다, 파악하다"예요.
슬랭은 유행을 탑니다. 알아듣는 건 오늘부터, 직접 쓰는 건 상대와 자리를 봐 가면서 하세요. 번역기도 요즘은 슬랭을 꽤 잡아내지만 단어 뒤에 깔린 태도까지는 놓칠 때가 많아요. 이메일이나 면접 같은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빼는 게 안전합니다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