미안이라는 한마디가 영어에선 여러 층

한국어는 "미안"과 "죄송합니다" 정도로 나뉩니다. 영어는 그 사이가 더 촘촘해요. 같은 상황에 어떤 말을 고르느냐로 사이가 가까워지기도 하고, 반대로 가벼워 보이기도 합니다.
- My bad. 내 잘못이야. (아주 가벼움)
- I'm sorry. 미안해요. (보통)
- I apologize. 사과드립니다. (격식)
세 마디가 한 줄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요. 왼쪽으로 갈수록 친구 사이, 오른쪽으로 갈수록 회사와 문서에 가깝습니다.
친구 사이의 가벼운 사과

물건을 살짝 건드렸거나 이름을 잘못 불렀을 때처럼 무게가 거의 없는 자리예요. 여기에 긴 사과를 붙이면 오히려 어색해집니다.
- My bad, I took your cup. 미안, 네 컵을 가져갔네.
- Sorry, I didn't see you. 미안해요, 못 봤어요.
- Sorry about that. 그건 미안해요.
- Excuse me, can I get by? 실례합니다, 좀 지나갈게요.
My bad 는 미국 구어에서 아주 흔하지만 어린 말투로 들립니다. 상사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쓰지 않는 편이 좋아요. Excuse me 는 사과가 아니라 양해를 구하는 말이라, 부딪히기 전에는 excuse me, 부딪힌 뒤에는 sorry 로 갈립니다.
보통의 사과는 I'm sorry

상대에게 실제로 불편을 준 자리에는 sorry 가 기본입니다. 무엇에 대한 미안인지를 뒤에 붙이면 훨씬 진심으로 들려요.
- I'm sorry I'm late. 늦어서 미안해요.
- I'm so sorry. 정말 미안해요.
- I'm sorry for the mess. 어질러 놔서 미안해요.
so 나 really 를 앞에 넣으면 무게가 올라갑니다. 다만 영국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sorry 를 하루에 몇 번씩 쓰기 때문에, 같은 sorry 라도 미국에서보다 가볍게 읽히는 경우가 있어요.
격식 있는 자리의 사과

회사 메일, 고객 응대, 공식 사과문에서는 apologize 쪽으로 옮겨 갑니다. 말이 길어질수록 격식이 올라가요.
- I apologize for the delay. 늦어져서 사과드립니다.
- Please accept our apologies.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.
- It's my responsibility. 제 책임입니다.
- We'll make it right. 바로잡겠습니다.
격식 있는 사과에서는 미안하다는 말보다 다음에 무엇을 하겠다는 말이 더 중요합니다. 사과 한 줄 뒤에 조치 한 줄을 꼭 붙이세요.
sorry 가 사과가 아닐 때

sorry 는 미안하다는 뜻으로만 쓰이지 않습니다. 이 자리를 모르면 엉뚱한 대답이 나가요.
- I'm sorry to hear that. 그 얘기 들으니 안타깝네요.
- Sorry? 네? (못 들었을 때 되묻기)
- Sorry to bother you. 방해해서 죄송한데요.
첫 줄은 위로예요. 상을 당했다는 말에 이 문장을 쓰면 사과가 아니라 애도가 됩니다. 둘째 줄은 못 들었을 때 끝을 올려 되묻는 말이고, 셋째 줄은 부탁을 꺼내기 전에 붙이는 인사에 가깝습니다.
오늘 어느 칸인지만 고르기

세기를 통째로 외우지 말고, 지금 이 상황이 어느 칸인지만 고르면 됩니다.
친구 사이인가 · 실제로 불편을 줬는가 · 회사 이름으로 나가는 말인가
첫째면 Sorry about that. 둘째면 I'm sorry I'm late. 셋째면 I apologize. 입니다. 오늘 미안할 일이 생기면 말부터 꺼내지 말고 셋 중 어디인지부터 고르고 말해 보세요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