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단어책이 책장에서 멈추는 이유

영단어책은 대개 앞쪽 서른 쪽이 제일 깨끗합니다. 단어와 뜻이 두 줄로 붙어 있는 목록은 며칠은 견딜 수 있어도 한 달을 못 가요. 외운 단어가 어디에도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.
- I run a small cafe. 작은 카페를 해요.
- We ran out of milk. 우유가 다 떨어졌어요.
run 을 달리다로만 외웠다면 이 두 문장 앞에서 멈춥니다. 낱말이 아니라 문장으로 만나야 나중에 입에서 나와요. 책을 고를 때 이 점부터 보세요.
예문이 있는 책과 없는 책

같은 단어를 실어도 책마다 보여 주는 방식이 다릅니다. 뜻만 적힌 책과 문장을 붙여 둔 책은 남는 것이 달라요.
- I booked a table for two. 두 명 자리를 예약했어요.
- Let's take a break. 잠깐 쉬어요.
- It takes about ten minutes. 십 분쯤 걸려요.
book 이 예약하다로, take 가 걸리다로 쓰이는 것은 뜻풀이만 봐서는 잘 안 붙습니다. 예문 한 줄이 뜻풀이 세 줄보다 오래 남아요.
빈도순인가 주제순인가

단어를 늘어놓는 순서도 책마다 다릅니다.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지금 무엇이 급한지로 고르면 돼요.
- I'll look into it. 알아볼게요.
- It came up again. 또 나왔어요.
빈도순은 실제로 자주 만나는 말부터 채웁니다. 다만 앞쪽 몇백 개는 이미 아는 단어라 지루해서 포기하기 쉬워요. 아는 단어라도 예문만 소리 내어 읽고 넘기면 속도가 붙습니다. 주제순은 여행이나 회사처럼 쓸 자리가 정해져 있을 때 훨씬 빨리 값을 합니다.
소리가 있는 책

눈으로만 외운 단어는 귀에서 안 들립니다. 음원이 있는지, 그리고 그 음원을 실제로 틀 만한 형태인지 확인하세요.
- They charge extra for bags. 가방은 추가 요금을 받아요.
- She's charging her phone.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어요.
- Can you pick up the kids? 아이들 좀 데려와 줄래요?
charge 하나에 요금을 받다와 충전하다가 같이 들어 있습니다. 이런 단어는 소리로 여러 번 만나야 문장째 붙어요. 음원이 단어만 읽어 주는 책보다 예문까지 읽어 주는 책이 낫습니다. 단어 하나를 백 번 듣는 것보다 그 단어가 든 문장을 열 번 듣는 쪽이 남아요.
뜻이 여러 개인 단어를 다루는 법

흔히 한 단어에 뜻 하나만 외우라고 합니다. 시작할 때는 맞는 말이지만 끝까지 통하지는 않아요.
- I picked up Spanish there. 거기서 스페인어를 좀 배웠어요.
- We had to put off the meeting. 회의를 미뤄야 했어요.
흔한 단어일수록 뜻이 많고, 사전에 첫 번째로 실린 뜻이 실제로 가장 자주 쓰이는 뜻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. pick up 이 그렇고 charge 도 그래요. 그러니 뜻을 하나로 줄이는 대신, 그 단어가 실려 있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. 좋은 영단어책은 한 단어를 여러 문장에서 다시 만나게 해 줍니다.
오늘부터 하루 열 개

분량을 크게 잡으면 사흘을 못 갑니다. 작게 잡고 오래 가는 쪽이 이깁니다.
하루 열 개 · 단어만 적지 말고 문장째 · 다음 날 한 번 더
어제 본 단어가 오늘 다시 나오면 그때 남습니다. 열 개 중 예닐곱 개만 기억나도 충분해요. 다 못 외웠다고 앞으로 돌아가면 그 자리에서 다시 멈춥니다. 영단어책은 다 외운 쪽수가 아니라 다시 만난 횟수로 값을 해요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