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 한마디가 대화를 끊습니다

외국인 앞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문장이 이것입니다. 겸손하게 미리 알려 준다는 뜻이었는데, 듣는 쪽에는 다르게 도착해요.
- I can't speak English. 저는 영어를 못해요.
이 말을 들은 상대는 대개 둘 중 하나를 합니다. 영어를 그만 쓰거나, 통역해 줄 사람을 찾아요. 도와줄 방법을 알려 준 게 아니라 대화를 닫아 버린 셈입니다. 어차피 완벽하지 않은 영어라면, 문을 닫는 문장 대신 문을 열어 두는 문장으로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.
대신 쓰는 말 세 개

실력을 부풀리라는 말이 아니에요. 사실은 그대로 두고, 상대가 무엇을 해 주면 되는지를 알려 주는 문장으로 바꿉니다.
- I'm still learning. 아직 배우는 중이에요.
- My English isn't great, but I'll try. 영어를 잘하진 않지만 해 볼게요.
- I understand more than I can say. 듣는 건 말하는 것보다 되는 편이에요.
셋째 문장이 특히 쓸모 있어요. 상대는 이 말을 듣고 말은 천천히 하되 설명은 줄이지 않습니다. 못한다고만 말했을 때는 설명 자체가 사라져요.
can't 과 not very good at 은 온도가 달라요

같은 겸손인데 영어에서는 세기가 꽤 다릅니다.
- I can't speak English. 능력이 아예 없다는 선언에 가까워요.
- I'm not very good at English. 잘하지는 못해요. — 정도의 문제입니다.
- I don't speak English. 저는 영어를 안 씁니다. — 사실 통보에 가까워요.
셋째 문장은 나쁜 말이 아니라 정확히 맞는 자리가 따로 있습니다. 길에서 낯선 사람이 빠르게 말을 걸어 올 때처럼, 대화를 이어 갈 생각이 없을 때 쓰는 말이에요. 대화를 이어 가고 싶은 자리에서는 쓰지 않습니다.
겸손이 사실 보고로 읽히는 자리

한국어에서 자기를 낮추는 말은 예의입니다. 영어권 회의실에서는 같은 말이 자기 평가로 기록돼요. 겸손으로 한 말인데 능력에 대한 정보로 쌓입니다.
- Could you speak a little slower? 조금만 천천히 말해 주시겠어요?
- Feel free to correct me. 편하게 고쳐 주셔도 돼요.
다만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 번 알려 두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. 상대가 속도를 줄이고 쉬운 단어를 골라요. 문제는 그 말을 만날 때마다 되풀이할 때입니다. 한 번은 안내, 세 번은 평가가 됩니다.
못 알아들은 것과 못하는 것은 달라요

말이 막히는 순간은 실력이 아니라 속도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. 그럴 때 필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몇 초를 버는 문장이에요.
- Give me a second. 잠깐만요.
- How do I put this? 이걸 뭐라고 하죠?
- Let me put that another way. 다르게 말해 볼게요.
- Bear with me for a moment.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.
이 문장들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똑같이 씁니다. 원어민끼리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나오는 말이에요. 막히는 것 자체는 외국어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기의 기본값입니다.
영어회화공부혼자하기의 첫 문장

영어회화공부혼자하기를 시작할 때 문법책보다 먼저 바꿀 게 이 한마디예요. 혼잣말로 열 번만 소리 내 보세요.
못한다는 말 대신 하는 중이라는 말을 기본값으로 둔다.
I'm working on it. 지금 하는 중이에요. 이 문장이 입에 붙으면 다음 문장이 이어집니다. 대화가 닫히지 않으면 연습할 자리도 계속 남아요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