끼어들 말이 없어서 못 끼어듭니다

영어 회의에서 한 마디도 못 하고 끝난 날, 대부분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에요. 남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문을 여는 한 마디를 몰라서 타이밍을 놓칩니다.
- Can I say something? 한 마디 해도 될까요?
- I have a question. 질문이 있어요.
두 문장 다 이미 아는 말일 거예요. 문제는 회의 중에 이게 안 나온다는 겁니다. 오늘은 상황별로 문을 여는 말을 정리해 볼게요.
말문을 여는 한 마디

영어권 회의에서 끼어드는 것 자체를 무례하게 보지는 않아요. 다만 예고 없이 들어가지 않습니다. 짧게 신호를 주고 들어가요.
- Sorry to jump in, but 끼어들어 죄송한데요,
- Can I add something here? 여기서 한 가지 덧붙여도 될까요?
- Can I go back to that? 그 얘기로 다시 돌아가도 될까요?
세 번째 문장이 특히 쓸모 있어요. 아까 하고 싶었던 말이 뒤늦게 떠올랐을 때, 흐름을 되돌리는 정식 표현입니다.
동의할 때는 yes 말고

yes 만 반복하면 듣고만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. 동의에도 결이 있어요.
- That's a good point. 좋은 지적이에요.
- I'm with you on that.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.
- That makes sense. 말이 되네요.
맨 위는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는 말, 가운데는 내 입장을 나란히 놓는 말, 아래는 논리가 납득됐다는 말이에요. 회의록에 그대로 남겨도 되는 표현입니다.
반대는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

반대 의견은 내용보다 여는 말에서 인상이 갈립니다.
- I see it a bit differently. 저는 조금 다르게 봐요.
- I'm not sure I agree. 동의한다고 하기는 좀 어렵네요.
- I hear you, but 무슨 말씀인지 알겠는데요,
- Can we look at it another way? 다른 각도로 봐도 될까요?
다만 이걸 「직설은 무조건 무례하다」로 읽으면 곤란해요. 팀에 따라서는 I don't agree.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. 처럼 분명하게 말하는 쪽을 오히려 반깁니다. 처음 들어간 회의에서는 부드러운 쪽으로 시작하고, 그 팀이 어떻게 말하는지 보면서 맞춰 가는 게 안전해요.
지금 결정 못 할 때 쓰는 말

회의를 길게 만드는 건 결론이 아니라 결론이 안 나는 주제예요. 미루는 말도 표현이 정해져 있습니다.
- Can we park that for now? 그건 일단 미뤄 둘까요?
- Let's take that offline. 그건 따로 이야기해요.
- Can I get back to you on that? 확인하고 알려드려도 될까요?
앞의 두 개는 영미권 회사에서 아주 흔하지만 사내 표현에 가까워요. 상대가 그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자리라면 Let's discuss it separately. 그건 따로 논의해요. 처럼 평범하게 말하는 편이 확실합니다.
화상회의에서 말이 겹칠 때

온라인 회의에서는 소리가 반 박자 늦게 도착해서 말이 자주 겹칩니다. 그때 쓰는 말도 정해져 있어요.
- Sorry, go ahead. 아, 먼저 하세요.
- You go first. 먼저 말씀하세요.
- I think you're muted. 음소거되신 것 같아요.
오늘 할 일은 하나예요. 다음 회의에 들어가기 전, 이 글에서 딱 세 문장만 골라 메모 첫 줄에 적어 두세요. 여는 말 하나, 동의 하나, 보류 하나면 충분합니다. 회의에서 말수가 느는 건 영어가 갑자기 늘어서가 아니라, 꺼낼 문장이 손에 있어서입니다.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