인강을 바꿔도 성적이 그대로인 이유

중학생인강을 두세 번 갈아탄 집이 많습니다. 그런데 강사를 바꿔도 점수는 그 자리인 경우가 있어요. 그럴 때는 강의가 아니라 강의가 끝난 뒤의 자리를 봐야 합니다.
- Try saying it in English. 영어로 말해 볼래?
- What does this word mean? 이 단어는 무슨 뜻이야?
설명을 들은 것과 내가 문장을 만들어 본 것은 다른 일입니다. 인강은 앞쪽을 아주 잘 채우고, 뒤쪽은 구조상 채우기 어려워요.
중학생인강이 잘하는 일

먼저 공정하게 인정할 부분입니다. 인강에는 교실이 못 하는 강점이 분명히 있어요.
- 못 알아들은 대목을 몇 번이고 되감을 수 있다는 것
- 아이 속도에 맞춰 느리게도, 빠르게도 볼 수 있다는 것
- 정리된 문법 설명을 같은 밀도로 반복해 준다는 것
특히 문법 설명은 인강이 강한 자리입니다.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정직하게 짚어야 해요. 되감기가 가능하다는 것과 아이가 실제로 되감아 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. 진도율 100%가 이해 100%를 뜻하지 않아요.
인강이 못 채우는 자리

강의가 끝나면 화면이 꺼집니다. 그다음이 비어 있으면 그날 배운 것은 대개 사라져요.
- I have been to Jeju twice. 제주에 두 번 가 봤어요.
- Can you tell me what this means? 이게 무슨 뜻인지 알려 줄래요?
현재완료 설명을 열 번 들어도, 내 이야기로 한 문장을 만들어 보지 않으면 시험지에서 안 나옵니다. 눈으로 따라간 문장과 내 입으로 만든 문장은 남는 자리가 달라요. 막혔을 때 바로 물어볼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것도 인강의 약한 자리입니다. 모르는 채로 다음 강의로 넘어가면 구멍이 그대로 쌓여요.
교재를 부모가 소리 내 읽어 보면

아이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있습니다. 교재를 펴서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거예요. 중학 교재에는 이런 문장들이 나옵니다.
- If it rains, we'll stay home. 비가 오면 집에 있을 거예요.
- She is taller than him. 그녀는 그보다 키가 커요.
- He asked me where I lived. 그는 내가 어디 사는지 물었어요.
- This is the book I told you about. 내가 말했던 그 책이에요.
읽어 보면 압니다. 부모가 술술 읽히면 아이도 대개 읽혀요. 부모가 걸리는 문장은 아이도 걸립니다. 학원 상담보다 이 5분이 정확해요.
저녁 5분, 부모가 던지는 질문

가르치지 않아도 됩니다. 묻기만 해도 아이는 배운 것을 한 번 더 꺼내 봐요.
- What did you learn today? 오늘 뭐 배웠어?
- Read this line. 이 줄만 읽어 줄래?
- Try saying it in English. 영어로 말해 볼래?
답이 틀려도 그 자리에서 고쳐 주지 마세요. 꺼내 보는 행위 자체가 공부입니다. 아이가 대답을 못 하면 교재를 같이 펴서 그 줄을 찾아보면 돼요. 이걸 며칠만 해 봐도 인강이 실제로 남기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눈에 보입니다.
결국 부모의 영어가 오래 갑니다

아이의 인강은 학년마다 바뀝니다. 그런데 저녁 식탁에서 부모가 던지는 영어 한 문장은 몇 년을 갑니다.
이번 주에는 아이 교재에서 문장 세 개를 골라, 부모가 먼저 소리 내어 읽는다.
I'm looking forward to the trip. 여행이 기대돼요. 이런 문장 하나를 부모가 먼저 입에 붙이면, 시키지 않아도 집 안의 영어가 늘어납니다. 중학생인강을 고르는 일보다 그쪽이 오래 남아요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