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어단어장을 다 외워도 안 들리는 문장

영어단어장을 한 권 끝냈는데도 원어민 문장이 안 들리나요. 단어를 몰라서가 아닙니다. 있어야 할 자리에서 사라진 단어가 문장을 두 동강 내기 때문이에요.
The book (that) I read was great. (내가 읽은 그 책은 좋았어요) 영어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문장인데, 한국 학습자에게는 read 와 was 가 붙어 들려 끊기기 쉬워요. I 앞에 있던 that 이 지워졌기 때문입니다.
단어를 더 외우기보다 어디를 지웠는지 알아보는 눈이 먼저예요. 핵심 기준은 하나 — 뒤 문장에 목적어 자리가 비었는가 — 이고, 거기서 네 줄이 갈라집니다.
목적격이면 지운다

관계대명사 뒤에 오는 문장에 목적어 자리가 비어 있으면 그 관계대명사는 지울 수 있어요.
The man (whom) I met yesterday is a teacher. — 어제 제가 만난 그 남자는 선생님이에요. met 뒤 목적어 자리가 비었으니 whom 을 지워도 됩니다.
단, 관계대명사 앞뒤를 쉼표가 감싸고 있으면 목적격이어도 못 지워요. My father, whom I respect, is a teacher. (제가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는 선생님이세요) 에서 whom 은 남깁니다.
주격은 지우면 안 돼요

반대로 관계대명사 뒤에 (부사가 끼더라도) 동사가 오면 주격이고, 이건 지우면 문장이 무너집니다.
The man who lives next door is kind. — 옆집에 사는 그 남자는 친절해요. who 를 지우면 동사가 두 개인 이상한 문장이 됩니다. The man who often visits us is kind. (우리를 자주 찾아오는 그 남자는 친절해요) 처럼 부사가 끼어도 주격이에요.
뒤에 주어가 온다고 다 목적격은 아니에요. The man who I think lives next door is kind. (제 생각에 옆집에 사는 그 남자는 친절해요) 에서 who 는 lives 의 주어라 주격입니다. the day I met him(제가 그를 만난 날)처럼 when·why 가 지워진 자리도 별개고요.
뒤 문장에 목적어 자리가 비면 지운다. 그 자리가 차 있으면 남긴다.
주격 + be동사는 -ing·-ed 앞에서만

규칙이 하나 더 있어요. 주격 관계대명사와 be동사 뒤에 -ing, -ed(과거분사), 전치사구가 올 때만 둘을 통째로 지울 수 있습니다.
The man (who is) standing there is my father. — 저기 서 있는 그 남자는 우리 아빠예요. The books which are on the desk 도 the books on the desk(책상 위에 있는 그 책들)로 줄어듭니다.
be동사 뒤가 형용사 한 단어나 명사구면 안 돼요. The man who is angry 는 the angry man 처럼 앞에 붙여 쓰고, The man who is a doctor 는 아예 줄일 수 없습니다.
전치사가 앞으로 나오면 못 지워요

목적격이어도 지울 수 없는 자리가 하나 더 있어요. 전치사가 관계대명사 앞에 붙어 있을 때입니다.
This is the house in which I live. (여기가 제가 사는 집이에요) 여기서는 which 를 못 지워요. 전치사를 뒤로 보내 This is the house I live in. 으로 바꾸면 지울 수 있습니다.
the person with whom I work 도 마찬가지예요. the person I work with(제가 함께 일하는 사람)로 바꾸면 whom 이 사라집니다. 말할 때는 전치사를 뒤로 보내는 쪽이 훨씬 흔해요.
단어장 옆에 이 네 줄을 붙이세요

목적격은 지우고(쉼표가 감싼 절은 빼고), 주격은 남기고, 주격+be동사는 뒤에 -ing·-ed·전치사구가 올 때만 통째로 지우고, 전치사가 앞에 붙으면 남깁니다.
연습은 이렇게 해요. 읽던 문장에서 명사 뒤에 갑자기 주어가 튀어나오면 그 자리에 that 을 넣어 다시 읽어 봅니다. 끊겨 들리던 문장이 한 덩어리로 붙습니다.
영어단어장은 재료고, 이 규칙은 재료를 잇는 방법이에요. 오늘 배운 네 줄만 챙겨도 긴 문장이 훨씬 편해집니다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