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어문법문제집이 멈추는 지점

영어문법문제집을 펴면 "상태 동사는 진행형을 쓰지 않는다"는 한 줄이 나와요. 그리고 바로 문제 스무 개가 이어집니다.
왜 그런지는 안 알려줘요. 그래서 외웠다가도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립니다.
오늘은 know · like · want 세 단어로 그 이유를 잡아볼게요. 이유를 알면 목록을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.
진행형이 가리키는 것

be동사 + -ing 의 가장 기본은 지금 진행 중인 동작이에요. I am eating lunch right now. (저는 지금 점심을 먹는 중이에요.)
먹는 일은 내가 힘을 들여 해 나가는 일이죠. 반대로 '아는 것'은 내가 진행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상태예요.
그래서 갈림길은 이겁니다. 내가 해 나가는 일인가, 그냥 그렇게 되어 있는 상태인가.
know · like · want 는 보통 현재형 그대로

I know him. (그를 알아요.) 아는 것은 지금 애써서 하는 동작이 아니라,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상태예요.
I like coffee. (커피를 좋아해요.) 좋아하는 마음도 내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게 아니죠.
I want some water. (물 좀 마시고 싶어요.) 남에게 부탁할 때는 Can I get some water? (물 좀 주시겠어요?) 를 씁니다. want 도 I've been wanting to see that movie. (그 영화 계속 보고 싶었어요.) 형태로는 자주 써요 — 기본이 현재형일 뿐, 금지는 아닙니다.
뜻이 바뀌면 진행형이 됩니다

같은 단어라도 '해 나가는 일'을 가리키면 진행형이 자연스러워요. I have a car. (차가 있어요.) 는 상태지만, I'm having lunch. (점심 먹는 중이에요.) 는 동작입니다.
think 도 그래요. I think it's good. (좋다고 생각해요 — 제 의견) 과 I'm thinking about it. (그 문제를 궁리하는 중이에요) 은 다릅니다.
see 도 I see a bird. (새가 보여요) 와 I'm seeing a doctor. (병원에 다녀요) 로 갈려요. 다만 I'm seeing someone. 은 '사귀는 사람이 있다'로 들리니 사람을 넣을 때는 주의하세요.
I'm loving it 은 틀린 말이 아니에요

광고 문구 I'm loving it. 을 보고 헷갈렸던 분이 많을 거예요. 이건 "지금 이 순간 정말 좋다"는 느낌을 살리려고 일부러 진행형을 쓴 겁니다.
감정을 나타내는 동사는 '지금 잠깐'을 강조할 때 이렇게 쓰이는 경우가 꽤 있어요. I'm liking this song. (이 노래 지금 마음에 드네요.) 도 실제로 들립니다. 안 좋다가 점점 좋아진다는 뜻이면 It's growing on me. (들을수록 좋아지네요.) 를 쓰세요.
다만 미국·영국식 표준 영어와 시험에서는 I'm knowing 을 쓰지 않아요. know 는 I know 처럼 기본형으로 답하는 쪽이 안전합니다.
외우지 말고 입에 붙이세요

I know. I like it. I want it. (알아요. 좋아요. 그거 원해요.)
문제집 열 페이지를 푸는 것보다 이 세 문장을 입에 붙이는 게 빠릅니다. 소리 내어 세 번만 읽어보세요.
말하다가 -ing 를 붙이고 싶어지면 물어보세요. '평소에 늘 그런가(현재형), 요즘·지금만 그런가(-ing)'. 참, 진행형은 정해진 가까운 미래 약속에도 씁니다 — I'm meeting him tomorrow. (내일 그를 만나기로 했어요.)
천천히 가도 괜찮아요. 이 셋이 입에 붙으면 나머지 상태 동사도 저절로 따라옵니다.



